에티오피아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를 만나다
출장으로 온 에티오피아, 아프리카 4번째 출장이었나?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거기 비행기로 얼마나 걸리지?' 하는 생각부터 하면서, 나에게 어떠한 경험을 안겨 줄지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챙겼던거 같아.
아디스아바바 사업장 방문은 기본적인 일정이었고, 사업지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은 간략하게 브리핑을 들은뒤에 특별 일정으로 현지 학교 방문을 했어 'Kolfe-Keran' 라는 지역의 고등학교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날의 기억은 조각 모음 처럼 계속 생각날거 같아,
학교에 도착했을 때 진짜 놀랐던 건, 아이들의 환대였다. 아시아인이 그것도 한국인이 그들 학교에 방문한다는 건 꽤 드문 일이었나 봐. 우리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학교 앞 마당에 모여있던 학생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면서 달려왔어. 마치 연예인이 된 기분이랄까?
"Hello! Hello!" 하면서 너도나도 악수를 청하는 아이들 사이로 걸어갔는데, 그때 느낀 건 우리나라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였어. 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었지. 바로 얼굴에 드러나는 '행복감'이었어.
사실 우리나라 학생들 보면 항상 뭔가 무거운 짐을 진 것처럼 어깨가 처져있잖아. 학업 스트레스, 경쟁, 입시...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달까. 근데 이 에티오피아 아이들은 달랐어. 물질적으로는 훨씬 부족할텐데, 얼굴에는 순수한 행복함이 가득했어. 마치 우리가 어릴 때 가졌던 그 행복감, 한국 사회에서 자라면서 어느새 잃어버린 그런 감정이 그들에게선 그대로 남아있었어.
교실을 몇 군데 방문했는데, 교육 환경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열악했지. 낡은 책상, 칠판도 제대로 지워지지 않고, 에어컨은 당연히 없고. 그래도 공부하는 모습은 진지했어.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영어 수업이었는데, 발음이 서툴러도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대답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우리나라 애들 보면 영어 발표 시키면 다들 고개 숙이고 책상만 보고 있잖아. 근데 이 아이들은 달랐어. 틀려도 상관없다는 듯이 자신감 넘치게 발표하더라고.
점심시간에는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축구를 했어. 한국 고등학교도 점심시간에 축구하는거 알지? 공 하나로 금세 열기가 뜨거워졌어. 아이들의 축구 실력이 만만치 않았거든. 맨발로 뛰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오히려 더 민첩하게 공을 다루더라고. 게임이 끝나고 다같이 웃으면서 하이파이브 할 때 좀 멋있더라고
언어는 달라도 웃음은 통했어. 영어를 할 줄 아는 학생들은 통역사 역할을 자처하면서 적극적으로 우리와 대화하려 했지. 한 남학생은 계속 한국에 대해 물어보더라고. K-pop 얘기가 나오니까 갑자기 "BTS! BTS!" 하면서 춤까지 추는데, 그 장면을 핸드폰으로 담아두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헤어질 때였어. 방문 일정이 끝나고 차에 타려는데, 아이들이 우리 주변으로 모여서 "Come back again!" 하면서 손을 흔들었거든. 그중 한 여학생이 내 손을 잡고 "Thank you for coming. We are happy today." 라고 말했는데, 순간 뭔가 가슴이 찡했어. 아마 이 아이들에게는 외국인 방문객이 드문 특별한 날이었겠지만, 나에게도 그날은 정말 특별했으니까.
사업장 방문과 미팅으로 바빴던 출장 일정 중에서 이 학교 방문이 가장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어. 회의실에서의 딱딱한 대화보다, 아이들과 뛰놀면서 나눈 순수한 교류가 훨씬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생각했어. 우리가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교육 환경이 좋다고 해서 꼭 더 행복한 건 아닌가 보다. 가끔은 그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 것 같아. 이 아이들이 가진 순수한 웃음과 행복감, 배움에 대한 열정... 우리가 어느새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다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어. 그때는 더 많은 준비를 해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들에게서 우리도 뭔가 배울 게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지.
아프리카 출장, 처음엔 걱정 반 기대 반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엔 마음 한켠이 뭔가 채워진 느낌이었어. 사람은 역시 어디서나 사람이고, 웃음과 행복은 어느 나라든 같은 언어인가 봐. 다음 출장지는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처럼 현지 사람들과 진짜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길 바란다.
댓글 쓰기